망명 티벳 사회 최초의 트랜스젠더가 된 전 티베트 불교 승려

2019.02.08 07:37뉴스&정보/망명 티베트

남자 아이로 태어났지만 어릴 적부터 항상 소녀처럼 느끼고 행동했습니다. 친구들은 여자아이들이 많았고 소녀 옷을 입고 춤을 추곤 했던 아이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티베트 불교 사원으로 출가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자신과 맞지 않는 승복을 벗고 트렌스젠더임을 밝힌 후 여성으로의 삶을 살고 있는 '텐진 마리코'(Tenzin Mariko)의 이야기입니다.


티베트 불교 사원 승려였으나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은 / Tenzin Mariko 인스타그램


그녀의 부모는 1990년대 인도 히마찰프라데시주 비르 지역에 정착한 망명 티베트인입니다. 6명의 형제 사이에 태어난 남자 아이는 '텐징 우겐' (Tenzing Ugen)이란 이름으로 살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그녀가 9 살때 티베트 불교 사원으로 보내 승려의 길을 걷게 합니다. 그러다 2014년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뉴델리에 있는 친구 결혼식에서 여성 가발과 화장을 하고 춤을 춘 비디오 영상이 망명 티베트 사회에 퍼지면서 승려로서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비난을 받게 됩니다. 처음엔 두려움때문에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승복을 벗습니다. 그리고 2015년 성전환 수술을 받게 됩니다. 텐징 우겐(Tenzing Ugen)을 내려 놓고 텐진 마리코(Tenzin Mariko)라는 새로운 이름의 17세 꿈많은 소녀는 온전한 자신의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Tenzin Mariko 인스타그램


마리코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열린 2015년 미스 티베트 선발대회에 공연자로 첫 모습을 드러냅니다. 출연하기전 온갖 두려움이 그녀를 힘들게 했습니다.  버즈피드 인도와의 인터뷰에서 공연에 오르기전 관중들이 "계란과 토마토로 나를 때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라며 걱정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뜻밖이였습니다. "공연이 끝났을 때 모두 '한번 더'라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기분이 좋았습니다.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며 심정을 전했습니다. 이후 그녀는 델리, 카르나타카주, 데라둔 등지에서도 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래 영상은 2015년 미스 티베트 선발 대회 공연 당시 화면입니다.)


마리코는 사원에 있을 때 자신을 '아니'(Ani, 티베트 불교 여승려)라고 놀렸던 스님들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그때의 경험은 오늘날 강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 소중한 시간이였다며 "사원에서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내가 승려가 아니었더라면, 지금의 성숙하고 분별력 있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고 말합니다.


어머니는 그녀가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기로 했을 때 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고 처음엔 많은 혼란을 느꼈던 아버지 또한 응원하고 있습니다.  마리코가  2017년 네팔에 갔을 때 촉니 린포체(Tsoknyi Rinpoche, 1966~, 우리 나라에 여러 차례 방문했던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의 친형)를 만나 뵐 기회가 있었는데 린포체는 "잘했다. 응원한다"며 격려했습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에는 까르마 까규파를 이끄는 공식 17대 까르마파,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 등을 찾아 뵙고 함께 한 사진들도 있듯이 불교 지도자들도 그녀에 대한 격려와 지지를 보냅니다.

Tenzin Mariko 인스타그램


그녀는 "최초의 티베트인 트랜스젠더로 알려지니 기분이 좋습니다. 그것이 나를 티베트인들 사이에서 유명인으로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미약하나마 다른 트랜스젠더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더 쉽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입니다."며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응원했습니다.


뉴델리의 MUD 스튜디오에서 메이크 업 과정을 마친 21세의 마리코는 댄스, 메이크업, 스타일링 등에 많은 열정을 보이고 있으며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꽃길만 걸으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