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나라 네팔에서는 약 250여년 전부터 힌두교 탈레주(두르가) 여신의 화신으로 여겨지는 여자 어린이를 살아 있는 여신 '쿠마리'(또는 쿠마리 데비)로 모시는 전통이 있는데요.  


지난 달 28일, 올해 3세인 '트리쉬나 샤카'라는 여자 어린이가 새로운 쿠마리에 선정되어 카트만두 더르바르 광장에 위치한 쿠마리 가르(집)에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카트만두 쿠마리는 전통에 따라 자유롭게 거주지 밖을 나오지 못하고 나라에 축제가 있을 때만 외출이 허용됩니다. 1년에 약 13차례 정도 밖으로 나올 수 있고 땅을 디딜 수 없게 되어 있어 전용 가마를 이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2017년 9월 28일. 최종 후보 4명 중 새로운 카트만두 쿠마리에 선출된 트리쉬나 샤카(가운데)가 더르바르 광장에 위치한 전용 가옥에서 생활하기 위해 아버지(왼쪽) 품에 안겨 도착한 이 날은 네팔 힌두교 최대 축제인 '다사인' 8일째 되는 날입니다. (사진/AFP)


트리쉬나 샤카의 아버지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심정이 복잡합니다. 내 딸이 쿠마리가 된 것은 좋은 일이나 우리 곁에서 떨어져 지내야 하기 때문에 슬픕니다."며 마음을 털어 놓았듯이 카트만두 쿠마리로 선정되면 가족과 헤어져 전용 가옥에만 머물며 특별히 선택된 사람들의 보호를 받습니다.


'쿠마리 데비'(Kumari Devi)는 '숫처녀'라는 의미로 두르가 여신의 어릴 때 이름입니다. 카트만두의 더르바르 광장 옆 쿠마리 바할에 사는 어린 소녀로서 살아있는 여신을 숭배하는 전통은 18세기 카트만두의 마지막 말라 국왕 '자야 쁘라까시 말라'시대부터 시작되었고 옛 왕국이 있었던 카트만두, 파탄(랄릿푸르), 박타푸르 등 세 지역의 쿠마리가 네팔에서 가장 중요한 쿠마리이고 이중 카트만두 쿠마리가 으뜸인데요. 다른 지역에도 쿠마리 제도가 있어 최소 10명 이상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집에서 쌍둥이 형제와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새로운 쿠마리(사진/AFP)

 

집을 떠나기전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미소를 짓고 있는 올해 3세의 카트만두 쿠마리. 이젠 사랑하는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야 합니다.(사진/AFP)

 

집을 떠나 쿠마리 거처로 옮기기 전 옷을 입히는 어머니 스리자나 샤카의 심정도 아버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사진/AFP)

 

환영식이 끝난 후 쿠마리 거처에 남겨진 트리쉬나 샤카. 카트만두 쿠마리는 샤캬족에서, 파탄과 박타푸르는 바지라차르야족에서 32가지의 쿠마리 특징과 가장 가까운 여자 아이가 쿠마리로 선출됩니다. 쿠마리 제도는 약 250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쿠마리들은 현대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서구권에선 아동학대라는 주장까지 나왔고 2008년 네팔 대법원은 쿠마리들에게 교육을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지금은 카트만두 쿠마리는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가정 교사를 통해 교육을 받고 있고 다른 쿠마리들은 학교를 다니는 쿠마리들도 있습니다.


네팔인들로 부터 추앙을 받는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는 첫 생리가 시작되면 자리에서 물러나는데요. 2009년 10월, 9살때 파탄 쿠마리로 활동을 시작한 '사미타 바지라차르야'는 2014년 자리에서 물러난 후 평범한 일상에 적응하며 사는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 관련 글 링크 : 2015/03/01 - 살아있는 여신에서 평범한 소녀로 돌아온 네팔 '쿠마리'



카트만두시(市) 당국, 월 생활 보조금 지급


2015년 10월 2일, 카트만두시(市) 당국은 은퇴한 카트만두 쿠마리들에게 '종교&문화"에 기여한 공로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상패와 월 생활 보조금 12만 네팔 루피(약 134만원)를 전달했는데요. 시 당국의 생활 보조금 제도는 2014년부터 시행되었고 네팔 정부도 은퇴한 쿠마리들에세 월 3,750루피(약 42,000원)를 지급하고 있다고 현지 뉴스 매체가 전했습니다.

 

2015년 10월 2일. '종교 & 문화'에 기여한 공로로 상패와 월 생활 보조금을 받은 은퇴한 쿠마리들. 

(사진/카트만두포스트)


당시 뉴스 보도에서 행사에 전 쿠마리 아미타 샤캬는 "나는 지금 일을 하며 정상적인 사람처럼 살고있다"고 말하고 또 다른 전 쿠마리 라시밀라 샤캬는 은퇴한 쿠마리와 결혼하면 6개월이내 남편이 죽는다는 잘못된 미신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며 자신은 결혼한지 한참 되었지만 남편은 괜찮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같은 날, 새로운 쿠마리가 거처에 도착하기전 전 카트만두 쿠마리인 마티나 샤캬(12)가 후문으로 나와 시민들에게 쿠마리로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평범한 소녀로 돌아갔습니다. 마티사 샤캬는 4세때 선정되어 약 8년간 카트만두 쿠마리로 활동했습니다.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는 쿠마리도,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새롭게 선출된 쿠마리도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카트만두 시민들에게 쿠마리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나는 전 쿠마리 '마티사 샤캬']






(사진/카트만두 포스트)




Posted by 룽타(風馬) www.lungt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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