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약 75만명의 작은 나라 부탄.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 알려진 부탄이 최근 방송과 언론에서 자주 다룰만큼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나라는 가난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행복하다고 느낀다니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오늘 페이스북을 보다가 불교계 대표언론인 불교신문의 부탄 관련 기사를 접하게 됐습니다. 해당 기사는 2016년 3월 21일자 <청정한 자연과 풍속을 소중히 가꾸는 국민총행복지수(GNH) 세계 1위 부탄> 이란 제목으로 소개되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기사를 읽다가 부탄의 '자살률은 세계에서 가장 낮다'라고 되어 있어 '행복지수가 높으니 자살률도 낮은가 보다'라고 스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신문 2월 5일자에는 <파리 생포에 성공한 종업원 “마담 편하게 식사하세요”>라는 제목으로 김경희 작가(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다 저자)와 인터뷰한 부탄 소개 기사가 실린 내용이였습니다.  


기사 중에 '.현지인과 대화를 하면서 작가는 또 한번 놀란다. 최근 들어 1년에 한명 정도 자살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부탄 국왕이 이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하루 평균 46.3명, 33분에 한명 꼴로 자살을 택하는 우리나라와 비교도 안되는 수치다'라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다>에서 작가는 '나중에 전해 듣게 된 이야기로는 부탄에서도 몇 년 전부터 한 명씩 자살하는 사람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하루 평균 43.6명, 33분에 한 명꼴로 자살하는 사람이 생기는 우리나라에 비하면 걱정할 만한 숫자가 아니었지만,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뒷맛이 씁쓸했다.'며 부탄의 자살률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치로 1년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한 미미한 정도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른 언론들도 비슷했습니다. 1월 21일자 법률신문의 <행복하십니까?> 기사에서 '그런데 이런 부탄에 최근 자살자가 1년에 한두 명씩 나와 대책을 세우느라 난리라고 한다.'라고 말했고 주간경향의 <당당한 자존감이 행복의 원천>에서도  '최근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자살자가 부탄에 생겼다. 부탄 정부에서는 이 자살자의 발생을 무척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부산하다.'고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었으며, 부산일보 2015년 5월 22일 <[한 장면] '空'을 찾아 떠나는 삶의 여행>기사에서 '부탄에는 우울증, 자살, 노숙자가 없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복수 매체들이 이구동성으로 부탄에는 자살률이 낮다고 하니 혼자 생각에 '역시 그렇구나. 그래도 자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부탄 자살률은 실제 얼마나 될까?' 궁금해 관련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찾아봤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정말 뜻밖입니다. 





WHO가 밝힌 '부탄'의 자살률은? ··· 2012년 한 해 동안 119명 자살, 세계 22위!


2014년 9월 4일 세계보건기구(WHO)가 9월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앞두고 172개 회원국 가운데 인구 30만명 이상인 나라를 대상으로 2000년부터 2012년까지의 자살률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처음 발표했습니다.  


부탄은 2012년 한 해 동안 119명이 자살해 평균 인구 10만명당 17.3명(남성이 23.1명으로 전체 32위, 여성은 11.2명은 13위)으로 조사 대상 국가 107개 국가 중 22번째로 자살률이 높은 국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앞서 언급한 언론들의 보도내용과는 아주 상반된 결과로서 안타깝고 매우 충격적입니다.



WHO가 지도로 표기한 세계 자살률. 적색 부분은 15명 이상으로 자살률이 높은 국가입니다. 2014년 9월 4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국가별 자살률 통계자료에서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당 28.9명이 자살해 3위였고 1위는 남미 가이아나가 인구 10만명당 44.2명이 자살해 1위에 올랐습니다. 북한은 2위였으며 부탄 왕국은 22위로 2012년 한 해 동안 인구 10만명당 17.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WHO 사이트로 연결되며 손쉽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위키피디아 자료(링크)를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이미지/WHO)



WHO 발표 이후 상황은 어떤지 부탄 현지 뉴스 매체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2016년 3월 25일 <두바이에서 부탄 남성 사체 발견> 소식에서 3월 16일 두바이에서 일하던 26세 부탄 남성이 자살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청년은 부탄 정부가 201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해외 취업 프로그램에 따라 올해 1월 현지에 취업했습니다. 그러나 고인은 평소 정신장애를 앓아 수도 팀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었으나 취업 당시 이 같은 사실을 정부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청년 실업난을 해소하기 위해 부탄 정부는 2014년 부터 해외취업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6년 2월 현재 모두 1,463명(여성 1,051명, 남성 412명)이 인도,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말레이시아, 일본, 태국 등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기사입니다. 


2015년 5월 1일 <팀푸에서 학생 자살> 이란 뉴스에서 18세 남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2014년 106명이 자살했고 29명은 시도에 그쳤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중 수도 팀푸에서는 지난 9년간 67명이 자살했으며 2005년 3명에서 2010년에는 12명으로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WHO의 자살률 조사 자료 기준 시점인 2012년 이후에도 부탄내 상황은 크게 좋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2015년 7월 14일. 부탄 창림탕 경기장 밖 :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길을 걷고 있습니다.(사진/옐로우)



전체 상황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사 하나를 더 소개합니다.


현지 매체 꾼셀이 2015년 9월 10일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부탄 정부가 2018년까지 자살률 10%감소를 위한 계획 등을 보도>했는데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모두 361명이 자살을 했고 연 평균 73명으로 한 달에 약 7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중 87%가 15세에서 40세 사이로 청소년과 젊은층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세계 자살률은 감소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부탄의 자살률은 그렇지 못하고 2012년과 2013년에는 오히려 자살률이 증가했다고 꾼셀은 지적했습니다.



2009년부터 2013년가지 인구 10만명당 부탄 자살률. 2010년 감소세에 접어들었으나 2012년과 2013년은 늘어났습니다.(이미지/꾼셀)



자살은 알콜성 간 질환, 순환기 질환, 암, 호흡기 질환, 교통사고 등과 더불어 부탄 국민의 6대 사망 원인 중에 하나로서, 자살의 88%가 시골에서 발생했고 66%는 기혼자이며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의 비율은 약 42%이고 58%가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였습니다.


자살 원인으로는 경제적 요인, 관계 문제, 가정 폭력, 정서적 학대 등을 주요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었으며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는 결핵, 말라리아, 후천선 면역 결핍증(HIV)를 합한 것 보다 많습니다.


12일 자살예방을 위한 관계 부처 회의가 열려 2018년까지 자살률 10% 감소를 위한 노력을 다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15년 12월 22일. 부탄 수상(오른쪽)과 보건 장관(왼쪽)이 제1차 국가자살방지운영위원회가 열린 날 6개 목표, 50개 행동 방안을 담은 '자살예방행동계획'을 발표했습니다.(사진/꾼셀)




있는 그대로


언론 보도와는 달리 부탄의 자살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임을 몇가지 사례를 들어 살펴봤습니다.  왜? 부탄이 자살률이 낮다고 보도했는지 확실한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고의는 아니라고 봅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의 잘못이다라고 지적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팩트를 확인하고 바로 아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지수가 높다고 마음이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이 없을 수는 없겠지요. 하루 아침에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부탄 정부가 꾸준히 관심을 갖고 소외된 국민들을 끌어안고 다독이며 잘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티베트나 네팔이 환상적이고 신비롭게만 비춰지는 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그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탄도 그렇습니다.  


좋은 점은 박수보내고 그렇지 않은 점은 개선되고 발전되기를 바라면서 이웃으로 그렇게 어깨동무하며 살면 좋겠습니다.


관련 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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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5 - 행복지수가 높다고 알려진 부탄, '아버지없는 아이는 출생등록을 할 수 없다'.

2015/06/22 - 동화속 나라 같은 부탄 왕국, 국민을 찾아 간 부탄 국왕과 왕비의 산골 방문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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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룽타(風馬) www.lungta.kr